읽고 생각하기
이수익 <틈>
딜쿠샤
2007. 6. 8. 00:12
- 틈
이수익
문틈 사이로
처음엔 너무나 아귀가 잘 맞아서
좋은 궁합이었던 문틈 사이로
어느새
틈이 벌어졌다. 화해가 먹혀들지 않는다.
둘 사이를 힘껏 끌어다 붙여도
절대, 다시는,
재결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이 부리는 심술
별거(別居)의 틈새가 사납다.
영원히 함께! 약속으로
입맞춤할 수 있는 일 아무 것도 없다.
눈부시게 천년 누대(千年累代)를 떠받쳐온 종탑도
수백만 년 견뎌온 저 산 암벽덩어리도
결국은
균열 가고, 틈이 벌어지는 것이니
서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젊은 날 피로써 사무쳤던 붉은 인연이여!
맞이하자, 기꺼이,
저 치밀하고도 집요하게 시간이 밀어내고 있는
우리 사이 슬픈 틈새를.
-시집 <꽃나무 아래의 키스>(2007년 천년의시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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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사랑은 틈새앞에 겸허해야 하는구나.
시간이 더 지나면 이렇게 맞이하여 맞설 수 있을까.
더딘 시간이 세월이 되려면 얼마나 더 굳건히 맹세를 하고 다짐을 더 해야 하는가.
기꺼이 맞이하기! 이 얼마나 슬픈가.
그대.. 잘 가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