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하루

잃고 나서

딜쿠샤 2010. 10. 27. 17:05

한 순간이다.

내 전재산이랄 수 있는 것을 잃어버린 것은 한 순간이다.

USB메모리가 날아가 버렸다.

AS 의뢰를  맡겨 놓았지만 지금으로서는 너무 막막하다.

운이 좋아서 건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충격은 달래지지 않을 것 같다.

마음은 이미 한 번 허공을 짚은 까닭이다.

 

조심하고 대비하는 삶.

간 밤 내내 쓴 명작은 그렇게 날아가버려서 명작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지금으로선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거기에 다 담겨 있는데.

 

며칠 사이 겨울이 왔다.

얼마나 바람이 찬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순간 일어버린 내 삶이 더 간절해진다.

 

어제 오늘, 멍하니 충격에서 해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상 가득 놓인 학생들의 보고서 더미에 손이 가질 않는다.

매 시간 준비해야하는 강의노트도 다시 만들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이렇게 뭐라도 쓰지 않고서는 다잡을 길이 없는 마음.

 

아무쪼록 전화를 기다릴 뿐이다. '당첨'이라는 소리에 위로받을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