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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희곡 <밥> 리뷰

딜쿠샤 2012. 5. 14. 23:02

 채만식 희곡 <밥> 리뷰

채만식, 희곡 밥, 별건곤33, 1930.10.

 

 

밥 달라고 보채는 어린 딸과 아버지가 쌀 가지고 오실테니 기다리라고 달리는 어미의 대화. 이를 잡고 있다. 아비 임서방은 xx정미소 임시 직공, 자유노동자이다. 회사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임시직으로 고용한 것. 임서방이 들어오고 구해온 쌀로 밥을 해 먹으려고 할 때, 파업단 노동자들 등장.

파업단과 임서방의 논쟁:

파업단: 정미소 주인이 임금을 남녀 각각 내리기로 해서 동맹파업을 했다. 우리 파업의 목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신네들이 일을 하면 안 된다.

임서방: 내가 주인이라면 다른 사람 쓰겠다. 일자리를 두고도 처자식을 굶길 수는 없다.

파업단: 사정은 모르지 않으나, 당신이나 우리나 다같이 노동을 해먹고 사는 사람인 것. 우리 노동 해먹는 사람들 끼리는 뭉쳐야 한다.

임서방, 안해: 아무 말 없다.

파업단: 우리들끼리 싸우다가 다 망한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여기 다 말해도 알아듣지 못할 것이고, 대강 얘기하면, 우리의 잘못으로 우리가 못 사는 게 아니다. 우리의 동맹파업 목적 이해했나?

임서방: 나 하나만 그렇게 해서 되겠나?

파업단: 자유노동조합에 들어라. 좋은 일이 많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 알려주리다.

임서방과 아내의 대화:

내일부터 그만 두겠다.

그럼 또 굶나?

우리가 이렇게 못사는 이유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조합에 가서 물어보자. 언제 또 먹을지 모르는 이 밥을 먹자.

(수저를 들고 밥을 뜰 때 막이 내림)

 

 

= 1. 노동자 동맹 파업의 이유와 목적이라는 프로파간다를 대중에게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희곡(연극) 활용의 목적이 있는 작품. ‘파업단 A’의 대사 분석을 통해 ‘쉽게 전달하기’의 방법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A - 이걸 보시요. 당신네가 지금 XX정미소에 가서 후한 품삭을 밧고 일을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갈지 아시요? 우리 파업단의 문제가 해결만 되면 당신네는 그날부터 개밥에 도토리가 되고 말어요. 또 우리가 당신네가티 우리와 마주 결우 듯한다면 내일이라도 우리가 가서 일을 하겟다면 당신네는 당장에 쫏기어나고 말어요. 알겟소? 그러면 웨 내일이라도 가서 일을 하지 안코 이러케 몽동이를 질머지고 다니며 이러니 저러니 하느냐고 하겟지요? 응당 그러케 생각할 줄 아오. 그러나 우리 노동자가 그러케만 해가다가는 다- 죽고 말테요. 그런 이야기는 여긔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햇자 아직 당신이 알어듯지도 못할게니까 대강 이야기만 할테니 들어보시요. 당신네가 오늘 XX정미소에 가서 쌀을 천말을 만들어 노앗다고 합시다. 그 천말이라는 쌀을 당신네의 손으로 만들어 내이게 한 당신네는 하로에 깃것해야 품삭으로 일원이나 팔 구십 전밧게 더 어더먹지 못하지만 주인놈은 하로에도 멧백원의 리문을 남겨먹소 그려! 그런데 우리노동자가 가서 일을 아니해주면 벼가 아모리 수만석이 쌔엿더래도 그것이 쌀은 되지 못하는 것을 이번일로 보아서 당신네들도 잘 알지요? 거봐요 실상 밥을 지어 먹도록 벼를 갈어서 쌀을 만들어 내인 사람은 우리 노동자인데 리문은 주인놈이 먹으니 그게 될 말이요? 우리 노동자가 가난하게 사는 것이 그 때문이구려! 우리의 잘못으로 우리가 못사는 게 아니구려! 그러니 그게 될 말이요? (다지며) 될 말이요? 아니될 말이지? 가령 당신도 오늘 쌀을 스무말 골으고 달은 사람도 스무말을 골낫는데 당신은 륙십전을 주고 달은 사람은 팔십전을 주엇다면 당신은 달게 녁이겟소?

그거야 안될 말이지요.

A 그것봐요! 그것이 그 달은 사람이라는 것을 XX정미소의 주인놈이니라고 생각해보구려? 그러면 우리가 밧든 삭슬 내리지 못하게 하느라고 동맹파업을 한 속을 알겟지요.

(고개를 끄덕거리며) 네네.

 

2. 노동자들만 등장한다. 조합의 일원으로 ‘동맹파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와 일용직 자유노동자의 문제를 대립시켜, ‘밥’ 때문에 일용직이라도 포기할 수 없는 노동자 가족의 경우를 맞세워 ‘동맹파업’의 목적이 결국 ‘우리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이 ‘우리가 이렇게 못 사는 게 우리의 잘못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는 방법임을 제시하고 있다. 계급투쟁의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자유노동자의 계급적 각성과 연대의 필요성에 대한 각성은 파업단 노동자로 대표되는 'A'에 연설식 교화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밥’을 매개로한 ‘우리 노동자’라는 공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주목해야한다.

3. 이 작품에서 임서방은 계급 각성의 가능성을 보이지만, 그의 아내는 여전히 당장의 ‘굶음(밥)’만이 중요할 뿐이다. 다른 작품에서 계급사상의 무대화를 다루면서, 판돌이네 아내의 경우와 대비되는 장면이다. 소작인의 아내인 판돌네 아내는 ‘의리’(대대로 종살이)에 호소하는 판돌이와 달리 가진 것이 없어 얽매이는 것 또한 없는 이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여성의 목소리는 ?인형의 집을 나와서?에서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