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하루

장마와 허리 그리고 몽골

딜쿠샤 2012. 7. 19. 10:46

지금은 그 자리가 옮겨져 사라졌겠지만

공룡의 발자국이 화석으로 남았는, 울산에서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장어집

그후 얼마 되지 않아 그집의 사위가 된 선배를 따라 그 장어집 양어장 지붕공사를 도우러 갔다.

그 일을 마친 저녁 쯤

빗물에 미끄러져 다친 허리.

그때가 지금같은 장마철이었다.

그후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내 허리는 여지없이 반응을 했고

군대를 가야했던 나는 그 허리에 기대는 행복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후 축구실력은 날로 나아졌다.

그후 연희동 산 속 학교 기숙사 4층에서 일어나지 못한 날도 있었고

신림 사거리 근처에서 전봇대를 잡고 섰다가 보라매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 적도 있었다.

그후 몇년 동안은 군대에서 제일 무거운 총도 짊어지고 다니고 축구도 했고 등산도 했다.

그런데

장마고 허리가 아프다, 많이.

난생 처음으로 (같이 사는 사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119 응급차 신세까지 지며 응급실로 실려갈 만큼

걷지도 일어나지도 못했다.

오늘 일주일하고 며칠이 더 지나고 있다.

해야할 일들 앞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고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고

같이 사는 사람에게도 면목이 없다.

 

신기하게도 97년 장마는 내몸속에 그대로 각인되어

매년 그때만 되면 반응한다.

이런 주기적 공세에 대처하는 방법도 있을만 한데, 그때 그때 넘겼다.

이제 그도 안 된다. 

허리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기보다

차라리 장마철에는 건기 지역으로 피해 가고 싶다는 생각을 더 하는 나.

몽골이 좋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