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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최기성씨> 리뷰

딜쿠샤 2013. 2. 17. 22:13

김영수 <최기성씨>(문장, 1941.02) 리뷰

 

 * 전직 신문기자가 다방, 술집을 전전하여 마누라 흉이나 보는 모습을 그린 <범주>(문장, 1941.01).

 <이 작품에서 전직 잡지사 주필의 자존심과 허세를 일상성의 서술을 통해 잘 파헤치고 있다. 최기성의 자존심과 허세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문화사는 지금은 이미 없어진 회사지만, 몇달전 까지만 하더라고 민중의 맨 앞장을 서서. 스스로 정신문화의 창조와 지도를 외치던 당당한 권위 있는 월간잡지사였다. 그곳에 주필로 있던 최기성씨 역시 한동안은 문화시평으로 지도논문으로 예리한 붓끝을 휘두르던 맹장이었다.(367)

 

 퇴직 후 요릿집 지배인이라든가 신문사 정치부 보통 내근 기자로 오라는 제의를 거절하기는 했으나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침이면 옛날 신문화사 주필 시절처럼 검은 양복으로 정장하고 모자도 쓰고 가슴 앞에 굵은 은시겟줄로 장식하고 점심은 p호텔에서 먹고, 서점을 한 바퀴 둘러보고, 백화점도 가보고, 그러다가 금테 안경을 쓰고 노란 여우 목도리를 한 아내를 멀리서 보면 얼른 피하기도 하고, 저녁이 되면 돈이 없어 보신각 뒤 선술집으로 들어가려다 아는 이를 만나면 구경 왔다고 핑계대고 얼른 그 자리를 뜬 다음, 어디로 갈 거냐고 자신에게 물어본다.

 

 속과 거죽을 전연 다르게 장식하려고 온갖 노력과 위엄을 가추려는 자기가, 그는 미웁고 비굴하게만 생각이 들어 한시도 편한 적이 없었다. 당장 집안의 살림 한가지라도 꿀리어 들어감을 뻔히 보면서도 왜 자기는 남들같이 아무데나 파고들억지를 못하나, 그까짓 체면은 뭐고 명예는 뭐란 말인가.(369-370)

 

 최기성은 한 자아가 다른 자아를 미워하고 천박하게 보는 간극을 분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조남현, {한국현대소설사}, 문학과지성사, 2012. pp. 616-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