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바우만 <부수적 피해>, 정일준 역, 민음사, 2013.
<'부수적 피해자'(또는 부수적 피해, 부수적 희생자)는 언론인들이 해외 파병 부대의 군사 생동을 보도하면서 널리 쓰이게 된 최신 용어이다. 이 용어는 의도하거나 계획되지 않았으니(그리고 일부의 부정확한 용례를 따르면 '예상치 못했으나') 그럼에도 피해, 고통, 손해를 끼치는 군사 행동의 결과를 가리킨다. 군사 행동의 특정한 파괴적 결과를 '부수적'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작전을 계획하고 부대를 투입할 당시에는 그러한 결과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는 초래될 가능성을 파악하고 숙고했음에도 군사적 목적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감수할 만한 위험이라고 간주했다는 뜻이다.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 결정하는 사람들은 그 위험이 초래할 결과를 겪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훨씬 솝쉽게 (그리고 훨씬 자주) 이러한 견해를 취하게 된다. 수많은 명령권자는 타인의 생명과 생계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사후적으로 면책받기 위해서,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을 꺼내 든다. 물론 이런 경우에 어떤 오믈렛을 만들어 먹고 어떤 달결을 골라서 깨뜨릴지 결정할 누군가의 권리가 타인에 의해 정당화되거나 빼앗겼다는 점이나, 오믈렛을 맛보는 것은 깨진 달걀이 아니라는 사실은 간과된다. 부수적 피해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은, 권리와 기회에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을 암묵적으로 가정하는 동시에, 행동을 취하는 (또는 행동을 단념하는) 데서 초래되는 비용의 불평등한 분배를 선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가정한다.>(12-13면)
정일준의 정리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란 원래 군사 용어인 '부수적 사상자(collateral casuality)에서 비롯되었다. 바우만은 군사 용어를 사회 전반을 묘사하는 용어로 확장시켰다. 삶이 전쟁의 부산물이라는 메시지다. 부수적 피해라는 용어는 의도하거나 계획하지 않았지만 피해를 초래한 군사행동의 결과를 의미한다. '예상치 않은' 결과라고 말하는 것은 군사 행동을 계획하고 부대를 투입할 당시에는 고려하지 못했다는 발뺌이다. 또는 그러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을 파악하고 숙고했음에도 군사 목적의 중요성에 비추어볼 때 '감수할 만한' 위험이라고 간주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결정적 전도가 있다. '위험'을 정의하고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정작 그 위험을 겪는 사람이 아니다. 부수적 피해라는 관점에서 사태를 파악하는 태도는 기회와 권리가 이미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 따라서 행동에 따른 비용도 불평등하게 배분될 수밖에 없다고 선험적으로 가정하는 셈이다.>(226-7면)
바우만의 이 용어는 지구화 시대의 유동하는 현대 사회를 파악하는 독특한 그의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화 시대의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의 용어이긴 하지만, 식민지를 바라보는 한 시각을 비유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한다. 식민지를 바라보는 태도에는 이른바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이분되어 있다. 전자의 경우가 제국의 '의도한 결과'에 주목하여, 식민지 조선의 근대는 일본과 조선의 차별의 속성을 규명하는데 초점이 모아진다. 그러나 후자는 제국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점에서는 조선의 근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에 주목한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수적 피해'의 관점에서 보자면, 후자의 태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것을 결정한 사람들의 '발뺌'의 태도이다. 불평등, 그것이 자본의 불평등한 분배이든 기회와 권리의 불평등이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작동시키는 민족 차별의 불평등을 선험적으로 가정한 제국의 그것이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