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걷는다.
운동도 할 겸 해서 매일 30분 정도 학교 오가는 길을 걷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운동은 커녕 가끔 걷는게 상쾌하지도 않다.
어깨를 누르는 가방, 전화기 그리고 습관성 흡연.
오늘 저녁 늦게 뜻하지 않은-그래 사건은 언제나 뜻밖이다- 걷기를 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물론 목적이 있었다. 배가 고팠고 먹을 것을 찾는 걷기였다.
그러나 나는 다른 걷기를 했다.
늦은 밤 교정이 이렇게 신선할 수 있다는 게 걷기로 느껴지다니.
그 신선함이 나란히 걷던 한 여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 마음이 조용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할까.
살려고 파닥파닥거리는 한 마리 어항 밖의 물고기인양 느껴졌다.
이렇게 조용할 수 있는 시간을 느끼게해준 간 밤의 산책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문득 장 그리니에의 <산책>이라는 글이 생각난다.
"참된 산책자는 걸어가되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며 바라보되 자기가 무얼 보는지 모르니라"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산책할 여가를 가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공백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일상사 가운데 어떤 빈틈을, 나로선 도저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우리의 순수한 사랑 같은 것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줄 그 빈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산책이란 우리가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발견하게 해주는 수단이 아닐까?"
오늘 나는 '완전한 산책'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