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모두 명절이라 한뼘쯤 들떠 있을때
혼자 조용히 갔다.
죽어가는 사람 앞에 내가 한 일은
정수 녀석을 외롭힌 것 뿐이었다.
곁에 가보지도 않은 채
전화로만 답답함과 궁금함을 정수에게 쏟아냈다.
내 신경질을 내 불안함을 내 낭패감을 받아준 녀석에게 고맙다.
유진이가 출상하는 날
나는 다른 또 한 사람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살면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세월의 먼지 속에 내버려 둔다는 게
얼마간 두렵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랴..
아무것도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때
죽음처럼 인정하는 거다.
죽음은 슬프기보다 다 놓아버리는 여유를 주지 않는가.
어쩌랴...
이제 잊혀진다는 걸 두려워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잊는 방법을 알 듯도 하다.
유진아...
웃기만 하던 너의 모습은 이제 그렇게 묻어련다.
행여...
우리가 보낸 시간과 기억할 장면이라도 하나 남았다면 그걸로 족하리라.
김광석의 그 목소리로
그대, 잘. 가.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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