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기

<미안 닦음>

딜쿠샤 2009. 4. 7. 16:07

차범석의 <공상도시>라는 희곡을 읽는 데 이런 예쁜 표현이 나온다.

그렇다, 예쁘다는 표현밖에 더 어떻게 형용할 수 없다.

우리말의 조합력에 놀란다. 아니 어쩌면 그 당시에는 자연스런 일상어였을지도 모른다.

암튼 오늘 이 표현을 만난 건 행운이다.

 

주인공 경심과 그녀의 남편 하영의 대화 중에서


 경심: (퉁명스럽게) 당신은 내가 소설을 쓰다가 죽는대도 남편으로서 동정심을 베풀 줄 모를거예요.
 하영: 아니 누가 시켜서 쓰오?
 경심: (쏘아부치듯) 쓰지 않으면 생활의 위협을 받는 판국인데 당신은 미안타 생각도 없으세요?
 하영: 말을 해야만 미안 닦음이 되는 법인가….

 

----------------------------------------

 '미안 닦음'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미안하다는 말을 쉽게 한다, 보통 친구 사이엔.

 하지만 너무 미안하면 말도 못한다, 연인이이거나 부부이거나 부모 자식간이라면.

 미안함은 말로 없어지지 않는다, 닦아야 없어진단다.

 '미안 닦음'에 깊이 고개 숙인다.  

'읽고 생각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소설구조의 예술적 특성 연구-바흐찐  (0) 2012.03.04
문학정신과 기자정신  (0) 2012.02.26
김용택 <당신>   (0) 2008.12.21
이윤학 <이미지>  (0) 2007.11.09
[스크랩] 이영광, 탁본  (0) 2007.07.05